천년의 숲길은 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와 강장리, 동화리, 궁평리에 걸쳐 조성된 길로 이번 여행에는 유곡리에서 봉수산 천년 고찰 봉곡사로 이어진 코스를 택했다.
1박2일 온양온천 여행 둘째날 첫번째 일정으로 계획했었는데 온양온천역에서 유곡리 방향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하루 3차례 운행하고 첫차는 이미 출발을 해서 우리는 3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두번째 일정으로 잡았던 신정호수로 먼저 갈려고 정류장에 있는 버스시간표를 찾아보니 그것조차 한시간 후에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신정호수에 갔다가 나오면 시간이 너무 촉박할 것같아 계획에도 없던 택시를 타고 들어 갔는데 10분 정도의 거리로 택시요금은 4,500원 나왔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를 한시간 기다렸다가 30분 가까이 버스를 타며 소비 할뻔 했다.
신정호수공원은 1926년 조성된 인공호수로 최근에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호수 주변에 나무 데크와 포장길로 산책로를 조성해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호수에서는 모터 보트와 오리배 등을 탈 수 있고 호수 주변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수 있다.
호수 주변 둘레길은 4.8km로 산책하는 걸음걸이로 40~50분 소요되는 편안한 길이다.
유곡리 들어가는 버스 시간을 고려해 부지런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주변 경관을 구경했는데 출구에 도착해보니 40분 정도 시간을 들여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산책을 한 기분이었다.
호수주변에는 예쁜 카페와 음식점이 있고 야외음악당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음악분수 공원에서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분수가 나온다고 하는데 우리는 바쁜 일정으로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호수공원으로 들어올 때 택시에서 내렸던 주차장 쪽으로 가보니 버스 종점이 있었는데 마침 온양온천역 방향으로 나가는 버스가 막 출발하려고 했다.
그 버스를 못타면 또 한시간 가까이 기다려야해서 정신없이 올라탔다.
바삐 서두른 덕분으로 30여분 후에 온양온천역 인근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오히려 40분정도 여유가 생겼다.
버스 정류장 옆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천온천 족욕탕'에 발을 담그며 자투리 시간을 보냈다.
전날 오후에도 버스를 기다리며 20분 정도 족욕을 했었는데 발에 쌓인 피로가 플리는 느낌이 좋았었다.
우여곡절 끝에 유곡리 방향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간 후 유곡리앞 정류장에서 하차를 하고 맞은편에 있는 정류장으로 가서 시내 방향으로 나오는 버스 시간표를 찾아보니 오후 2시 45분이란다. 헐 난감한 기분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봉곡사까지 2.5km라는 이정표를 보고 아내와 발걸음을 재촉했다.
30분동안 이런저런 애기를 하며 걷는사이 봉곡사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많은 차들로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버스타고 걸어서 온 사람은 우리가 유일한 것 같았다.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지 않은 야트막한 경사로 남녀노소 부담없이 걸어가며 주변을 감상하기 알맞은 길이었다.
숲길 양옆으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많았는데 하나같이 똑바로 뻗은 모양이 없었다.
왜 그런지하는 의문은 잠시후 플렸다.
일제시대 말기 패망하기 직전에 일본인들이 마을 주민들을 강제동원해서 부족한 전쟁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소나무 송진을 채취했는데 그 당시에 생긴 상처로 나무가 올바르게 자라지 못하며 모양이 이상해지고 밑부분에 커다란 흔적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얼핏 보면 살짝 미소지은 웃는 모양인 것도 같았는데 사정을 알고 다시 찬찬히 보니까 뼈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몇십년을 끗끗하게 버텨온 소나무들이 자랑스러웠다.
봉곡사에 도착해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한모금 마신 다음 봉곡사 경내를 잠시 둘러 보고 발길을 되돌렸다.
봉곡사에서 내려오며 아내와 온양온천역으로 돌아갈 방법에 대해 이런저런 방안을 애기 하며 내려왔는데 일단은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승용차가 있으면 사정 애기를 해보기로 했다.
봉곡사 주차장에 도착해 화장실로 향했는데 그사이 아내가 주차장에서 출발하려는 승용차를 발견하고 뛰어가서 사정애기를 했는데 천만다행으로
"나가는 중간지점까지 동승해도 된다"고 했다며 나한테 빨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부리나케 뛰어가서 차에 올라 탄 후 고맙다는 인사를 수도 없이 했다.
태워주신 분들은 나이많은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오신 모녀지간이었다.
차를 타고 나오며 조수석에 앉아 계신 어르신께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여쭈었더니
"나이가 많아요" 하셨다.
그래서 "그래도 정정하시니까 여행을 다니시지요." 했더니
"올해 여든여섯살이에요" 하신다.
"그 연세에 따님과 여행을 다니실 수 있다는게 큰 복이고 얼마나 보기 좋아요, 계속 건강하시고 좋은 여행 많이 하세요"라고 말씀 드렸다.
운전하고 있는 따님한테 행선지를 물어보니까 '영인산 자연휴양림'으로 가신다고 해서 중간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내려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분들도 우리와 비슷한 일정과 동선으로 여행중이셨는데 우리가 운좋게 동승을 하게 되었다.
영인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분리되는 지점 버스정류장 앞에서 하차를 하며
"덕분에 편하게 잘 왔습니다. 건강하게 좋은 여행하세요"라며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계속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10분후에 버스가 도착한다고 정류장 전광판에 안내문이 올라있었다.
그곳에서 온양온천역까지 10여분을 나온 후 역 주변에 있는 맛집을 찾아 늦은 점심을 먹고 온양온천역으로 향했다.
시간 조절을 잘 하는 바람에 10분후에 전철을 타고 귀경길에 올라 오후 6시 조금 지나서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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